2002년 8월 29일 오늘의 아침편지 출력하기 글자확대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천주교 기도문 중에
부부를 위한 기도가 있다.
기도문에는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못 살 때나 잘 살 때나 아플 때나 성할 때나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게 하라"는
간절한 청이 담겨 있다.
이 얼마나 숭고한 소망인가.
그러나 이 얼마나 지키기 힘든 언약인가.
세상과 주변 사람들에 휘둘리며 사는 동안
부부의 사랑이 그저 한결같을 수 없음을,
행복만큼 고통도 비례함을 단 한 번이라도
느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을까?



- 조양희의《부부 일기》중에서 -



* 그렇습니다.  행복과 고통이 공존함을 느껴보지 않은
부부는 없습니다. 부부는 서로의 버팀목입니다.  그것도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마지막 버팀목입니다. 서로
그 버팀목이 되는 한 하늘이 무너져도 끄떡 없습니다.
결코 쓰러지지 않습니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맨먼저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부부입니다.



----<지쳐버린 아내>--------
엊그제 저녁의 일입니다. 제 아내가
파김치가 되어 밤 12시쯤 귀가했습니다.
분당 근처 수지 지역 개척교회 목사로 있는 시동생,
곧 제 아우가 신장 기증 릴레이 운동에 참여하여
이식 수술을 위해 입원 중인 병원을 다녀오는
길이라 했습니다. 아내는 지쳐 있었습니다.

식당 일을 마치고, 제수씨와 만나 함께 병원을
가려다가 길이 어긋나 거리에서 헤매는
바람에 더욱 지쳤노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병원에서 본 제 아우를 걱정하면서
"그래도 정작 본인은 은혜와 감사에 넘치는
얼굴이어서 안심했다"고 했습니다만, 그 일이 저희
가족 일가 전체에 미치는 파장과, 사실상 그 모든
뒤치닥거리를 도맡아야 하는 아내의 처지에서는
몹시 지칠 만도 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제가 더 놀란 것은 다음날,  
곧 어제 아침이었습니다. 어제는 마침
수요일로,  신문등 종이류 쓰레기를 치우는
날이어서, 여느때처럼 아내는 출근하는 저와 함께
쓰레기 더미를 함께 들고 나갔는데, 갑자기 아파트
입구에서, 그만 털석 주저앉으며 펑펑 울음을
터뜨리고야  마는 것이었습니다.

몸에 기운이 없어, 걸을 힘도, 손에 신문을
들 힘도 없다면서,  심지어 "그냥 딱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얼마전에도, 아내는
49세의 자신에게 몰아닥친 갱년기 우울증세를
호소하면서 "죽고만 싶다''는 말을 해서
저를 몹시 놀라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까짓 갱년기 같은 게 열 번, 백 번이 와도
내가 도와줄테니 걱정말라"고 위로하긴 했습니다만
그 나이 여성들이 겪는 심각한 갱년기 우울증의
깊이를 가늠해 보기가 솔직히 어려웠습니다.

어제 낮, 점심 시간에 저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몇마디 걱정의 말과 함께
"내일 아침편지는 당신을 위해서 준비하겠다"는
말로 위로를 대신해 주었습니다.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그 밖에 다른 것이 없었으니까요.

따라서, 오늘의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는
지친 제 아내에게 보내는 특별한 편지이기도
합니다. 가슴에서 솟구쳐 오르는 사랑과
감사의 뜨거운 눈물과 함께.....

은주씨, 힘 내요!
그리고 다시 크게 웃어요.
당신은 나보다 더 강하잖아요, 그렇지요?


---------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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