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화제] 아침편지 배달부, 깊은 산속서 ‘명상 전도사’ 변신
ㆍ고도원씨, 충주 문성리에 명상 치유단지 ‘옹달샘’ 조성

[2010.08.15 21:35]


매일 아침 e메일로 270만명에게 ‘아침편지’를 배달해 행복전파사로 불리는
고도원씨(58·아침편지재단 대표)가 ‘명상전도사’로 변신했다. 고 대표는 충북
충주시 노은면 문성리에 ‘깊은 산속 옹달샘(이하 옹달샘)’이란 명상과 치유 단지를 만들어 지난 4월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오는 10월9일 개원식을 가질 예정이지만 명상프로그램은 물론 하루이틀 정도 묵는 ‘옹달샘스테이’도 한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인기다.

“옹달샘 명상센터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전체 공정의 10%가 이뤄졌습니다.
겨우 움막 하나 만들어진 정도죠. 2003년 9월4일, ‘아침편지’에 명상센터를 짓겠다는 제 꿈을 전했을 때 제 아내조차 황당한 이야기라며 반신반의했어요. 당시엔 한뼘의 땅도 없고 구체적인 계획이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190여만㎡(60만평) 부지에
옹달샘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꿈도 자꾸 말을 해야 이뤄진답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맑고 맑은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란
동요는 고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깨끗하고 고즈넉한 풍경의 옹달샘 근처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고 치유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2003년에 그가 공개적으로 밝힌 꿈은 2005년 4월부터 설립회원을 모집, 8월에 충주 토지를 매입하며 현실화됐고 2009년 12월에 건축물 준공허가가 났다. 그리고 올 4월부터 명상다이어트·걷기 명상·비채(비우고 채우기)명상·중년부부학교·화려한 싱글학교·꿈꾸는 부부학교·어머니학교 등 다채로운 명상프로그램과 세대별 학교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절대 금주·금연을 지켜야 하고 환경을 생각해 취사나 빨래도 하면 안 된다. 참가자들은 맨발로 흙길을 걷고 명상과 운동을 한 후에 명상센터가 제공하는 건강식을 먹는다.“정치부 기자 시절에도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고 김대중 대통령 밑에서 연설비서관으로 일하며 온몸이 엉망이 되었어요. 김 대통령께서 워낙 철두철미하고 명석한 분이라 토씨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했고 ‘이번 연설이 어떻더라’란 주변의 평가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생활을 5년간 하다보니 긴장감으로 몸은 굳어가고 머리는 터질 것 같았어요. 심신이 지쳤을 때 명상의 존재와 가치를 알게 됐죠.”

고 대표는 앞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물질과 자본이 아니라 마음의 힘이라고
판단, 명상에 관심을 갖고 세계의 유명 명상센터도 순방했다. 단 하루라도 나무의
향을 맡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욕심을 버리고 희망과 꿈을 채우는 시간을 가지면 그 체험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었다. 비종교적이고 비상업적인 형태, 그리고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충북 충주에서 ‘옹달샘’ 터를
발견했다. 2005년에 첫 삽을 떴고 현재 40여명의 직원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카페와 도서관이 있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잠시 들러 차를 마시고 ‘아침편지’에 인용되어 밑줄이 그어진 책을 읽고 갈 수 있다. ‘옹달샘 명상센터’ 운영은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기금을 낸 6만여명의 후원자들, 각종 행사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덕분으로 가능하지만 그 역시 집을 팔아 보태 현재 월 30만원의 월셋집에 산다. 그는 옹달샘 대표로서 이곳이 상업적으로 변질되거나 사유화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서 빨리 명상센터를 완성하고 싶다는 욕심도 들어요. 하지만 명상을 하며 그런 욕심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웁니다. 2001년에 처음 ‘아침편지’를 쓸 때만 해도 지금처럼 270만명의 독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은 상상도 못했죠. 꿈꾸지 않은 일도
이렇게 크 게 이뤄지는데 확고한 꿈을 꾸면 무엇이건 이뤄진다고 믿습니다.”

꿈보다 더 큰 꿈인 ‘꿈 너머 꿈’을 강조하면서도 그는 자신이 영원히
‘글 쓰는 고도원 아저씨’로 불리길 원한다.

글 유인경·사진 김세구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