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7일) 대구교보문고에서는
고도원님의 '씨앗뿌리는 20대, 꼭 해야할 37가지' 출판기념 및
저자 특별강연회가 있었다. 이메일을 출력하여 시간과 장소 등을
다시 한번 확인한 다음 강연회에 늦지않도록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예정시간 정각 입추의 여지도 없이 꽉 들어찬 아침편지 가족과 일반독자들을
향하여 약 30분간 진행된 강연에서, 고도원님은 특유의 환하고 천진스러운
미소를 얼굴 가득히 띄운 채 마치 사랑방 좌담회에 참석한 듯,
10년 지기를 마주하고 있는 듯 편안하고 친숙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동대구역에서 강의장으로 오는 동안 택시기사와 나누었던
대덕산 산불을 화재로 말문을 열고 자신의 어린 시절 정신적인 지주였던
아버님의 훈육방법에서부터 아침편지를 시작하게 된 동기, 20대를 겨냥한
새 책을 내기까지의 뒷이야기 등을 아주 담담하고 잔잔하게 이끌어나갔다.

운집한 청중들에게 연단 주위 및 통로 등 여유공간에
자유롭게 자리하여 부담없이 이야기를 듣도록 권하기도 했다.
강의 도중 앞에 앉은 초등학생 두 명을 일으켜세워 장래 희망을 묻고
또 무엇 때문에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 확인한 다음 그들의
고귀한 꿈이 성취될 수 있도록 격려하기도 했다.

그는 한 사람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를
세 가지로 요약했는데, 좋은 사람과의 만남, 좋은 책과의 만남,
그리고 좋은 경험과의 만남이 그것이었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 수단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책을 가까이 하지 않을려고 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좋은 책과의 만남이 지니는 특별한 의미와
중요성을 재삼재사 강조했다.

자녀에게 바람직한 독서습관을 길러주어
훗날 그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씨앗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임을 엄한 아버님으로부터 혹독한 독서훈련을 받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고도원님은 우리가 단 한 번 뿐인 인생행로에서
궁극적인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제대로 된 꿈이 있어야 하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능력 즉 기본기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그는 꿈을 이루는 것으로만 만족해서는 않되며 '꿈너머 꿈' 즉 꿈을 이룬 다음
그 꿈을 어떻게 승화,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 세 분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는 꿈을 키우고
나아가 꿈너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을 부모가 만들어주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번에 젊은이들을 겨냥해서 꿈과 관련된 새 책을
펴내게 된 동기도 여기에 있음을 환기시켰다.

고도원님은 오늘날의 자신이 있게 한 부모님의 독서교육을 회상하면서
함석헌이 한국사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해석한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아버님이
독서과제로 내어주고 엄격하게 그 결과를 점검하곤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목사였던 그의 부친은 "사람이 부드러운 음식만 먹어서는 안되며
단단하고 딱딱한 음식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쉽고 부담없는
내용의 책만 읽지 말고 무겁고 어려운 내용의 책도 읽어야
한다"면서 그 책을 읽을 것을 강권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어려워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 때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고 또 읽었던 독서습관은
오늘날도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자신의 인생행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중요한 책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접했던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연구'를 꼽았다.
내용이 너무 어렵고 심오해서 처음 대했을 때는 무슨 말인지 종잡을 수 없었지만,
곁에 두고 읽고 또 읽은 덕분에 중앙일보 기자시절, 그리고 청와대 근무시절
어렵고 힘들 때마다 꼬이고 뒤틀린 사회현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리고 대책을 내어 놓는데
그 책이 절대적인 지침서가 되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본기 말고도 솔직하고 겸손한 태도, 댓가없이 무조건적으로 남을
도와줄려는 봉사정신,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희생정신이
있어야 함을 역설했다. 필라델피아의 백화점 점원이었던 필립이 폭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생면부지의 어느 할머니에게 베풀었던 친절이 실마리가 되어 훗날
카네기재단에서 중역의 위치에 올라 회사와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많은 기여를 하게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끝으로, 그는 남에게 항상 웃는 낯으로 친절하고 겸손하게 대하며,
좋은 사람을 만나 돈독한 인연을 맺고, 올바른 독서습관을 길러 생활의 지혜를
터득하고 기본기를 닦는 것이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름길임을
강조함으로서 강연을 마무리지었다.

특강이 끝난 다음 '씨앗뿌리는 20대, 꼭 해야 할 37가지'를 구입하여
고도원님의 친필서명을 받기 위해 서둘러 지정된 장소에 가보니, 예고된
시작 시간이 10여분이나 남았는데 자신에게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미 수 십미터가 넘게 줄을 서있었다.

몇 년전 대구시교육청에서의 특강 때 얼굴을 마주하여 인사를 나눈
적이 있고 조금 전 강의장에서도 가볍게 그 간의 안부를 묻기는 했지만,
160만 명이 넘는 아침편지 가족을 거느린 고도원님과 불과 몇 분간의 짧은
시간이나마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고 그 분의 혼이 담긴 책에
직접 서명을 받는 일은, 나로 하여금 가벼운 흥분 상태에
빠지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어제 한 시간이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이미 상당한 분량을 독파한 바 있지만, 어렵게 얻은 이 귀중한 책을
항상 곁에 가까이 두고 읽고 또 읽어서 그 내용을 철저히 내면화해야겠다.
후세 교육을 본업으로 하고 있는 처지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푸르고 높은 꿈을
가지도록 지도하고, 그 꿈을 온전히 이루도록 격려하며, 나아가 꿈너머 꿈을
실현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우선 나부터 꿈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50대 중반의 적지않은 나이에
난생 처음 저자 서명을 받겠다며 추운 날씨에 온몸을 떨면서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도, 추위는 고사하고 지루함이나 쑥스러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은 나에게는 아직도 이루어야 할
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 최재운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