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메마르면 영혼도 바닥까지 갈라지죠”

“내 영혼의 우물에도 ‘에피슈라’가 필요하다.”

2005년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맹추위에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앞에 선 고도원 씨(60·사진)가 얻은 깨달음이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40년 이상 마실 수 있는 물을 담은 바이칼 호수는 ‘시베리아의 푸른 눈’으로 불린다. 물이 수정처럼 맑아 바닥까지 들여다보인다. 330개가 넘는 강줄기에서 흘러드는 물을 품으면서도 2500만 년간 어떻게 한결같은 맑음을 유지해 왔을까.

“답은 에피슈라(바이칼 호수에 사는 새우)에 있었습니다. 모래 알갱이만큼 작은 새우들이 이물질들을 다 삼켜버려 물을 정화시키는 것이죠.” 고 씨는 “이 작은 생명체를 키우는 방법이 명상이란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에서 명상센터 ‘깊은 산속 옹달샘’을 운영하는 고 씨가 명상 전 화두 식으로 던지는 이야기를 엮어 ‘아침편지 고도원의 꿈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를 펴냈다. 작아져 버린 꿈을 키우도록 응원하는 70여 편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이다.

저자의 숫기 없던 초등학생 시절의 추억, 2010년 구제역 때문에 ‘깊은 산속 옹달샘’ 개원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을 때 ‘고독감에 뼈가 시렸던’ 경험, 가장 고통스럽다는 마지막 20m를 웃으면서 달리는 칼 루이스의 이야기 등을 ‘꿈’이란 주제어로 묶었다.

“작디작은 생명체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꿈을 에피슈라처럼 품어야 합니다. 꿈이 메마르면 영혼도 바닥까지 갈라지죠.” 저자는 경제난과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도 명상을 통해 꿈을 찾아가라고 조언했다. 1807년 나폴레옹 군대가 휩쓸고 지나간 독일은 초토화된 상황이었다. 독일의 절망 속에서 근대 사상가 요한 G 피히테가 얘기한 것은 ‘좋은 꿈’이었다. 그는 베를린대 강연에서 “절망의 시대에 공장 몇 개 짓고 경제를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신이고 꿈”이라고 강조했다.

잡지사와 중앙지 기자로 일했던 저자는 김대중 대통령 연설 담당 비서관을 지내며 ‘하루하루 쫓기고, 메말라 부서지는 삶’을 경험했다. 2001년 8월 ‘희망이란’ 제목의 첫 편지로 시작한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10년 넘게 독자들에게 e메일로 보내고 있다. 300만 명이 넘는 독자의 답장을 읽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답장을 100% 확인해요. 무더운 여름에 소낙비가 온 것도, 수능이 끝났다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일이 벌어졌다는 소식도 고스란히 글들을 통해 전해 듣죠. 사회적 공기를 품은 독자들의 편지가 제 삶의 에피슈라이기도 합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