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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 마을지기 25人…
함께 소통하는 행복나눔 공동체
[세상속으로] 꽃피는 아침마을
2011년 05월 26일 (목) 21:42:00 지면보기 8면 정구철 기자 gcjung@jbnews.com
충주시 노은면 신효리에서 주덕읍 쪽으로 지방도를 따라 가다 보면 보련산을 마주보는 나즈막한 산등성이 위에 자리잡은 건물 몇 채가 눈길을 끈다.

이 곳이 대한민국 최고의 쇼핑몰 IT기업을 지향하는 '(주)꽃피는 아침마을'(꽃마)이다.

 

 

이 회사에 들어서면 언제나 환하게 미소 띤 얼굴로 방문객을 살갑게 반기는 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마치 오랜동안 만나온 사람처럼 대하는 직원들의 친절이 조금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아 평소 친절이 몸에 배어있다는 것을 금새 알아 차릴 수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꽃마'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서로를 '마을지기'라고 부르고 있다.

'꽃마'는 최동훈(34) 대표이사를 비롯한 25명의 마을지기들이 꾸려 나가고 있다.

지난 2005년 11월 출범한 이 회사는 설립 당시 서울시 마포구에 자리잡았지만 지난해 '아침편지문화재단'이 명상센터인 '깊은 산 속 옹달샘'을 노은면 문성리에 오픈하면서 '꽃마'도 함께 노은면으로 이사했다.

최 대표도 가족들과 함께 충주로 이사해 지금은 어엿한 충주시민이 됐다.

그는 지난 1999년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삼성SDS와 보안컨설팅회사에 다녔던 재원 출신의 잘 나가는 회사원이었다.

지난 2002년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씨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처음 배달될 당시, 서울대 출신 동료 2명과 함께 아침편지 가족들에게 아침편지를 전달하는 아침지기를 맡았다.

전산 전공을 살려 비영리법인인 '아침편지문화재단'에서 시스템매니저 역할을 하던 그는 원래 대학원 진학을 계획했으나 부인 고민정씨와 함께 예수전도단의 DTS(제자훈련학교) 과정을 밟기 위해 스위스로 떠났다가 6개월 간의 훈련 속에서 하나님의 계획을 깨닫고 대학원 진학을 포기한다.

2003년 컴백한 최 대표는 아침편지재단 내에서 1년 정도 '아침편지 책방'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다 차츰 규모가 커져 비영리법인의 목적에 맞지 않게되자 수익사업을 분리하기 위해 '꽃피는 아침마을'이라는 회사를 차려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게 된다.

그는 '꽃마'를 설립하면서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의식주공동소비체라는 개념으로 시작했다.

'꽃마'의 비즈니스 모델은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이었다.

최 대표는 "내가 배불리 먹는게 아니라 '꽃마'에 발을 담그는 판매자들이 배불리 먹게 돼 5천만 명을, 5억 명을 먹여 살리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성원들의 능력을 신뢰하고 인격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경영방식도 공동체 형식을 택하고 있다.

'꽃마'에서는 마을지기 모두가 주인이고 가족이다.

   


이 회사는 오프라인 거래가 전혀 없고 온라인 거래만 하는 쇼핑몰업체다.

하지만 최 대표는 '꽃마'를 그저 쇼핑몰라기 보다는 쇼핑몰 IT기업을 지향하는 벤처기업으로 칭하고 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회원 230만명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으며 이 중 이미 '꽃마'와 거래를 한 경험이 있는 20만명을 '꽃마 주민'이라 부른다.

'꽃마'는 설립 당시에는 자본금이 1억2천만원, 연간 거래규모가 2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자본금이 21억원으로 크게 늘었으며 연간 거래규모도 당시보다 10배 가까이 늘어 200억원이나 된다.

현재 '꽃마'에 입점해 있는 업체가 300여 곳이나 되며 품목은 처음 거래를 시작했던 충주사과와 충주밤 등 농산물을 비롯해 화장품과 청국장, 보이차, 생식, 홍삼에 이르기까지 수천가지에 이른다.

또 교보문고와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 등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꽃마' 주민들에게 최고 수준의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자회사인 농업법인을 통해 쌈채와 고사리 등 농작물 재배를 시작했다.

이미 냉동창고와 냉장창고까지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가 일반 기업과 구별되는 이유는 남 다른 회사 분위기에 있다.

'꽃마'에 근무하는 마을지기들은 모두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최 대표는 창조적이고 능동적인 것을 지향하고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형식과 권위적인 요소들을 없애 마을지기들이 마치 가정에서처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근무토록 하고 있다.

회사는 마을지기들을 위해 회사 내에 숙소는 물론, 어린이 집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최 대표도 매일 아침 '꽃마'의 부팀장 직을 맡고 있는 부인 고민정씨와 아들, 딸 넷이서 함께 출근해 자녀들은 어린이 집에 맡기고 부인과 근무한다.

사무실 내에는 작은 카페를 마련해 마을지기들이 언제든지 차를 마시고 대화하며 머리를 식힐 수 있도록 배려했다.

회사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마을지기들 간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호흡하며 마치 한 가족처럼 지낸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마을지기들은 주로 20, 30대 젊은이들로 구성돼 있으며 서울대나 카이스트 등을 졸업한 재원 출신의 전문직이 대부분이다.

'꽃마'에서는 마을지기들이 서버도 직접 운영하고 어플도 직접 개발하는 등 모든 시스템을 직접 개발, 운영하고 있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마을지기'들이 보수 높은 대기업을 마다하고 이 곳에서 근무하는 이유도 바로 자유롭고 가족적인 회사 분위기와 일에 대한 성취감 때문이다.

모든 마을지기들의 행복해 보이는 얼굴표정에 평소 회사의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꽃마'는 마을지기 모두가 정겨운 가족이자 주인이며 25명의 마을지기가 지키는 행복나눔 공동체다.

정구철 / 충주

gcjung@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