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가지만 잘하면 성공한다 ? >

 

 

한 가지만 잘 하면 성공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리는 말이기도 하다.
그 한 가지가 무엇이냐에 따라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택이다. 

내가 연세춘추 기자였던 70년대, 탄탄한 직업의 사람들이 있었다. 
신문사 편집조판부에서 활자를 뽑는 식자공들이었다. 연세춘추를 인쇄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 어느 일간 신문사 조판부를 찾아가 일할 때마다 대하게 되는 그들은 
나를 놀라게 했다. 무엇보다 그들의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했다. 
아무리 급박한 시간에도 기사 원고를 넘기기만 하면 그들은 순식간에 활자들을 
뽑아내 편집 조판대에 올렸다. 몇십만개의 활자들이 들어찬 식자판 앞에서 보지도 않고 
활자를 찾아내는 기술은 거의 신기에 가까웠다. 결코 하루 아침에 습득할 수 없는 
고도의 기술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그들은 당시 신문사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고임금의 특수한 직업군이었다. "신문사가 존재하는 한 우리의 밥줄은 끊기지 않는다."  
당시 어느 식자공이 자신있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러나 컴퓨터 편집 체제가 도입되고 부터는 상황이 확 달라졌다. 
그렇게 탄탄하던 식자공의 직업은 설 자리를 잃었다. 아무리 탁월한 기술자, 최고의 
장인정신을 가진 프로라 해도 자기가 선택한 길이 식자공의 길이라면 그것은 
실패의 길이 되고 만다. 

그래서 선택이 중요하다.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읽어내고, 자기 인생의 첫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며, 
그 일에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기업으로 치면 어디에 투자하느냐, 
국가로 치면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가 관건이다. 그 정책의 선택이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선택은 이제 외곬수로 가서는 안된다. 열려 있어야 한다.

'보보스(BOBOS)'라는 책이 한동안 미국사회에 베스트 셀러가 된 적이 있다. 
보보(Bobo)는 부르주아와 보헤미안(Bourgeois + Bohemian)을 합쳐 만든 조어로, 
이른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엘리트를 일컫는다.

이제는 개인도, 기업도 부르주아 기질과 보헤미안 기질, 이 두 가지를 결합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지금까지 부르주아는 시장, 숫자, 기계적인 사고 방식에 의존했다. 
그러나 보헤미안은 직관, 감성, 창조적 사고방식과 예술을 중시한다. 
감성이 이 시대의 최고의 상품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부르주아는 생산과 마케팅을 분리하지만 보헤미안은 이를 동일시한다. 
부르주아는 가시적인 목표에 매달리지만 보헤미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젼을 
중요시한다. 부르주아는 정확성, 평범성, 예측성, 관습에 매달리지만 보헤미안은 
순간순간의 불꽃같은 아이디어와 불가측성, 그리고 평범함에 머물지 않는 
특별한 행위를 선호한다. 도덕, 일, 섹스, 삶에 대한 태도에서도 부르주아는 
기득권, 이기적인 스타일, 전문성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보헤미안은 자유분방함, 
일상에서의 탈출, 완전한 자유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인이든, 학교든, 기업이든, 국가든 이제는 보보스가 되어야 한다. 
학생으로 치면 복수 전공자가 되어야 한다. 직업으로 치면 투잡(Two Job)체제여야 한다. 
기업으로 치면 기존의 기술력과 사고 방식에 새로운 사색과 예술가적 꿈이 가미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새로운 사색과 예술가적인 꿈을 갖지 않으면, 예컨데 지금 잘 나가는 
삼성도, LG도 10년 안에 종말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