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석달만에 19톤 판매' 청국장의 기적

[쿨머니, 사회적벤처를 찾아서]<5-1>고려인 돕는 ㈜'바리의 꿈'

이경숙,황국상 기자

↑연해주의 무농약 청정 콩밭. 거의 자연
그대로 상태로 키우는 자연농법을 쓴다.
ⓒ동북아평화연대

'이벤트 2주간 예약 주문자 2만1000여명, 3개월간 납품 청국장 19.1톤.'

'연해주 고려인 청국장'이 대박을 냈다. 이 청국장을 생산하는 ㈜바리의 꿈은 30일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8만3330통 분량의 청국장을 인터넷쇼핑몰 '꽃피는아침마을(이하 꽃마)'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최근 3개월 동안 연해주 청국장으로 바리의 꿈이 얻은 매출은 3억5400여만원. 지난해 1년 매출 3억1300여만원보다 많다.

덕분에 겨울나기가 막막했던 러시아 연해주의 고려인 50가구가 살 길을 찾았다. 이들은 헤어졌던 가족과 일자리를 찾아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로 지난해 여름, 가을께 재이주했지만 겨울까지 정착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황광석 바리의꿈 대표는 "50여가구의 고려인들이 10월 하순부터 12월20일까지 주야 3교대로 일해 가구당 150여만원의 소득을 얻었다"고 전했다. 농번기 때보다도 높은 소득이다.

연해주 고려인들의 가족사는 한민족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1937년 구소련은 이들에게 '일본에 동조했다'는 오명을 씌워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켰다. 당시 연해주는 항일 운동 근거지였다.

↑러시아 연해주 고려인 마을의 아이들.
ⓒ동북아평화연대


원래 바리의꿈은 역사의 뒤안길로 잊혀져가던 고려인들을 돕기 위해 (사)동북아평화연대가 2005년 12월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주요사업은 고려인에 대한 농업기술 전수와 청국장 제조, 동북아 평화여행학교 등 교육여행사업. 바리의꿈은 지난해 12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목적이 착하다고 실적도 착하진 않았다. 창립 후 2년여간 바리의꿈 매출은 부진했다. 지난해 상반기 청국장 매출은 540여만원에 그쳤다. 그런데 서너달 후 갑자기 억대 매출이 터진 비결이 뭘까?

비결은 '좋은 유통망' 확보에 있었다. 지난해 10월 17일 새벽,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청국장을 찾아 천리만리'라는 글을 발송했다.

이 글은 고도원씨가 청국장으로 위장병을 고친 체험담, 비싼 국산콩과 믿을 수 없는 중국콩의 대안을 고민하다가 연해주 청정콩으로 만든 청국장을 만난 사연을 소개했다.

"연해주의 그 광대한 땅에서 거름도 농약도 없이 자라는 야생 콩에 가까운 청정콩...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에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차가버섯 진액과 결합해 고려인이 집에서 만드는 방식 그대로, 직접 정성들여 만드는 청국장."

189만여명의 아침편지 회원이 이 글을 본 뒤, 폭발적 반응이 일어났다. 이날 이후 불과 일주일 동안 200g 들이 6만9500통, 13.9톤 분량의 주문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2차 예약이벤트에서도 6000여명이 주문을 냈다.

황 대표는 "그동안 인터넷몰에 청국장 매장도 내보고 종교단체 행사장이나 각종 공제회에서도 팔아봤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고도원의 아침편지' 네트워크 덕분에 안정적으로 판로를 만들게 됐다"고 자평했다.

대박이 난 '연해주 고려인 청국장'은 아침편지 회원을 기반으로 설립된 쇼핑몰 '꽃마'의 브랜드다. 황 대표는 취약한 자체 브랜드를 고집하는 대신, 파워 브랜드의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을 선택함으로써 친환경 먹거리 붐에 올라탄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3일 '농업전망 2008 대회' 자료에서 지난해 말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이 1조8000억원이라고 보고했다. 이 연구원은 2020년에는 8조87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업장에서 청국장 띄우는 고려인.
ⓒ동북아평화연대


사회 각층의 지원도 바리의꿈을 키운 힘이다. 고려인 농업 정착 프로젝트에는 그간 재외동포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연대은행 등 국내 비영리단체는물론 삼성, 노블하우스 등 기업과 머니투데이, KBS 등 언론사들이 참여했다.

국내 사회의 지원으로 고려인 농업센터, 청국장 공장, 마을회관 등 생산 기반시설과 설비가 세워졌다. 영리기업이었다면 얻을 수 없었던 지원이다. 바리의꿈 자본금은 사실상 '기부와 봉사'인 셈이다.

황정란 실업극복국민재단 사회적기업지원팀장은 "바리의꿈은 사회적기업의 범주를 '국내 일자리 창출'에서 '대외 사회적 가치'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에 저렴한 친환경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점, 청소년 대상 역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바리의꿈은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리의꿈은 이제 한반도인의 식량 안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를 꿈 꾼다. 신명섭 바리의꿈 이사는 "지난해 700헥타아르(ha)였던 연해주의 콩 경작지를 올해 1500ha로 늘릴 예정"이라며 "콩 생산량 200톤에서 400~500톤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유전자조작콩을 엄격히 금지하는 국가"라며 "미국이 콩 5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중국조차 콩 수입국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청정콩 생산지인 러시아 농토를 확보하는 건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연해주 고려인 청국장



"식량 부족 사태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닥쳐올 겁니다. 우리 신화에서 부모한테 버림 받은 바리공주는 나중에 돌아와 부모를 살려냅니다. 동북대평원에 버려졌던 고려인들이 먹거리가 부족해진 한국인들을 먹여살리는 날이 올 겁니다."

< ⓒ머니투데이(경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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