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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프리카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 도착했다.
아침편지 주인장이자 기아대책기구 홍보대사이신 고도원님을 모시고, 정정섭회장님을 비롯한
기아대책기구 세 분, 그 외 스텝들과 함께 한국을 떠난 지 장장 22시간 만에 도착한 긴 여정의 끝이었다.
한 비행기로 22시간 내내 논스톱으로 날아온 것은 물론 아니었다. 3월 3일 오후 4시 35분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이륙해서 방콕에서 한번, 케냐에서 한번, 이렇게 두 번을 전철 갈아타듯 비행기를 갈아타고 우리 시간으로
3월 4일 오후 2시 50분(현지시간 4일 오전 8시 50분)에 마지막 착륙지인 엔테베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것이다.
우간다는 눈부신 아침이었다.

아프리카로 떠나오기 바로 얼마 전 방문했던 러시아는 겨울이었다.
생애 가장 추웠던 곳과 가장 더운 나라를 일주일 간격으로 넘나들게 된, 이 참으로 묘한 기분은
내가 이제껏 살아오던 나름대로의 생활 쳇바퀴를 완전히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여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실감하는 기회가 될 거라는 기대로 부푼 가슴을 안고,
조금은 지친 몸을 이끌며 빅토리아 호수가 끝없이 펼쳐진 엔테베 공항을 빠져 나왔다.

아프리카......
얼마 전 본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증에 걸린 주인공 초원이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얼룩말이 되어
달리고 싶어하던 곳, TV속 나레이션으로나 듣고 볼 수 있었던 먼발치의 세상,
사파리 자연공원으로 유명하고 '지구탐험 신비의 세계'에 단골로 등장하는 미지의 세계,
영화 '부시맨'의 고향이며 '노예', '인종차별'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흑인들의 고향,
어디선가 아프리카를 '저주 받은 땅'이라고 표현한 글을 읽은 적도 있었다.

문득 아프리카로의 여행을 꿈꾸던 한 친구가 생각났다.
그는 일생의 꿈으로 삼은 아프리카 여행을 위해 2년 동안 돈을 모으고, 아프리카에 관한 책도 잔뜩 모았었다.
하루 일과 중 아프리카 관련 웹사이트 서핑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언제나 만나면 "아프리카에 가게 되면..."이란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아프리카 땅을 밟지 못했다.

그 어떤 연유로, 여전히 아프리카로 떠나지 못한 채 일상에 머물고 있는 내 친구에 비해
어찌 보면 난 너무 쉽게 아프리카 행 티켓을 거머쥔 행운아였다.
원하고 노력한 만큼의 당연한 결과가 따르는 게 순리라면 그 친구가 벌써 다녀갔을 아프리카에,
그 친구 대신 내가 오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로 날아오면서 '검은 대륙'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곳에 대해 이것 저것 생각이 많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과연 얼마만큼의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을까,
지난 12월에 다녀왔던 중앙아시아보다 더한 가난과 고통, 그로 인한 굶주림과 삶의 피폐된 모습들,
인력으로 도저히 넘지 못할 기아와 생존 자체의 험난함과 힘겨움의 깊이가
또 어떤 형태로 우리와 조우하게 될까.

특히 아프리카 아이들은 어떤 눈을, 어떤 슬픔을 간직하고 있을지, 그 아이들의 아픔을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할지, 과연 이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이 곳에서 또 다른 기적을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프리카에 도착하여 내가 본 것은, 기대했던 기적 대신 숙명 같은 물 부족과 저주처럼 번지고 있는 병이었다.
어딜 가나 물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널려 있었고, 말라리아와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과
에이즈에 걸린 수많은 젊은이들의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아프리카 전역에서 들리는 듯 했다.

물론, 아프리카 전체가 온통 열악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나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생각보다 발전되고 번화한 '문명의 도시'였고,
무분별한 발전이 오히려 우리가 겪고 있는 공해나 교통 체증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도시를 빠져 나와 자동차로 몇 십 분만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아프리카 외곽은
온통 검고 어두운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듯했다.
내 눈동자를 통해 들어와 내 마음속에 새겨진 아프리카는 미치도록 고통스러운 땅이었다.
하지만 그 땅에서 난 아이들의 웃음 사이로 하얗게 빛나며 흘러나오는 보석 같은
순수함을 보았다. 적어도 그것만큼은 축복 받은 땅이 바로 이곳 아프리카였다.

- 글/사진 아침지기 윤나라




중간 경유지 방콕국제공항에서.
한국에서 오후 4시 35분에 출발한 비행기가 우리시간으로 오후 10시 35분 방콕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새벽 1시 50분에 출발하는 케냐 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만 했다.
왼쪽 양복을 입은 분이 기아대책기구 정정섭회장이고, 가운데 흰 옷은 고도원 홍보대사.



한국 관광객의 위력?
간판에 붙은 'THIILAND'라는 글씨가 알려주듯이 이곳은 방콕 공항.
그러나 한국 관광객이 많다보니 세일을 알리는 한글 안내판이 붙어있다.



케냐 나이로비 공항.
방콕에서 새벽 1시 50분에 출발한 비행기가
케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현지시간: 새벽 5시)
다양한 피부색 만으로도 아프리카 국제 공항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



케냐 공항 면세점 가게에 붙어있는 원주민 그림.
단색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어
맨 먼저 눈길을 끈 작품이다. 이 그림은 현재 아침편지 사무실에 와 있다.



쇼윈도 안의 원주민 조각상.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두상을 가지각색으로 조각해놓은 작품들.
가운데 조각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상이다.
이런 재미있는 '작품'들을 구경하느라 긴 공항 대기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케냐 공항에서 만난 아침편지 가족.
아프리카에서 4년간 선교를 펼치러 가시는 노 막시밀리안 수녀님(왼쪽)과 고도원님.
아침편지를 거의 초창기부터 받아보던 가족으로, 수녀가 된 지 26년째라고 한다.



케냐에서 우간다 엔테베공항으로 이동될 짐.
우리가 부친 짐들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이 짐들이 아직도 수동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자부심'으로 불리는, 케냐 에어웨이.
케냐의 유일한 항공사이다. 가장 오랜 시간을 이 비행기에서 보냈다.



엔테베를 향해...
케냐 공항에서 우간다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드디어 엔테베에 도착!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2시), 목적지인 우간다 엔테베공항에 도착했다.
엔테베 공항에서 맞은 아프리카의 첫 아침은 생각보다 선선했다.



일행과 함께. 왼쪽부터 기아대책기구 현지 책임자인 이상훈 선교사, 기아대책 신성은 간사,
동아대학교 최두식교수, 기아대책 정정섭회장,
고도원 홍보대사, 이지인 간사, 정종순 부장, CTS 김민태 팀장.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우간다의 아이들.
공항에서 내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보게 된 모습.
너무 멀어서 아이들의 표정을 볼 순 없었지만 꽤 활기차 보였다.



우간다 거리풍경.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가게들에서 얼핏 보기에도 궁색함이 엿보인다.



길 가에서 팔고 있는 바나나. 바나나는 이곳 아프리카 사람들의 주식으로,
통째로 붙어 있는 덜 익은 바나나를 잘 숙성시키면 정말 맛이 좋아진다.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의 외곽 동네. 단층집, 푸르른 나무, 한산한 거리...



가구 거리. 차로 이동하면서 이런 거리를 몇 군데 지나게 되었다.
손재주가 뛰어난 이곳 사람들의 주 수입원이 되어주고 있다.



아프리카 자전거 택시. 자전거 뒤 안장에 노란 술이 달린 덮개가 씌어진 것들은
택시 기능을 하는 자전거. 돈을 받고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준다.



비가 몰려온다!! 먹구름이 다가오자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들이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든 아이는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 순식간에 하늘이 온통 검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달리기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퍼붓는 소나기. 차창을 깰 듯이 무섭게 퍼붓는 강한 빗줄기에 앞이 안보일 정도였다.
이 소나기로 갑자기 불어난 도랑물에 뛰어들어 몸을 씻는 아이들을 간혹 볼 수 있었다.



비는 개이고...먹구름이 물러나면서 하늘이 다시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나일강의 근원지. 우간다에 있는 바다처럼 넓은 빅토리아 호수가
알고 보니 나일강이 시작되는 시원지이기도 했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나일강이 시작되는 곳.
강 한가운데 바위가 있고, 그 바위 위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 큰 나무 위에 새들이 열매처럼 가득 달라붙어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나일강의 시원지를 바라보며. 이곳이 바로 그 거대한 나일강의 시작이었다니...
아무리 큰 강도 어디엔가 그 시작점이 있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