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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플럼빌리지' 방문을 마친 답사팀은
파리를 거쳐 곧바로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8일 만에 7번의 비행을 했고, 어느덧 지구를 3분의 2 이상 돌아온 것이다.
가장 힘든 게 시차 문제였다. 인도는 3시간 반, 프랑스는 7시간 반, 이제 미국에서는
13시간이라는 시차를 극복해 내야만 했다. 이쯤 되니 이번 여행이 얼마나
힘든 일정인지를 몸으로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여행이 계속되는 동안 젊은 사람인 나도 신체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순간을 꽤 여러 차례 견뎌내야만 했다. 방문했던 나라들을 점으로 이으면
지구 한 바퀴를 돈거나 마찬가지이고 거기에 더해 새벽부터 밤까지 꽉 짜인
일정이다 보니, 아무리 젊은 사람이라도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는 게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을 가진 사람은 달랐다.
고도원님의 열정은 답사팀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그 무엇이었다.
지칠 줄 모르는 열정, 그 열정이 몸에 에너지화 되어 다른 누구보다도 한 걸음
더 일찍, 지치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에 모두들 감탄했다. 나는 감탄을 넘어
그 이상의 존경스러운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든 일정이었지만 늘 새로운 발견과 해답, 그리고 반가운 만남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었다. 미국 필라델피아 공항에 도착하고 제일 반가웠던 것은
미리 마중 나와 있던 아침편지 가족 하옥철님과의 만남이었다. 작년 4월, 고도원님의
'뉴욕 한인회 초청 강연'을 도와주셨던 분으로, 이번에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열일 제쳐두고 뉴욕에서 필라델피아 공항까지 2시간 반 이상을
차로 달려 마중을 나와준 것이다. 어딜 가나 아침편지 가족들의
마음이 있어 든든했다.

인도와 프랑스에서 그동안 우리가 돌아본 곳들이
세계적인 명상센터들이였다면, 미국 방문의 목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꽃밭과
수목원을 둘러보기 위한 것이었다. '깊은산속 옹달샘'에 꼭 필요한 공간 중의 하나가
바로 수목원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작게 하지만, 디자인은 크게 해서, 전문가가 그린
그 디자인에 따라 방문자들이 꽃도 심고, 나무도 심어서 잘 가꾸어 나가면
5년, 10년 후에는 아름다운 꽃밭과 수목원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침고요수목원'이 그 좋은 모델이 되어주고 있다.

답사팀의 마지막 여정이 된 '롱우드 가든'은 뉴욕에서 남쪽으로 230km쯤
떨어진 필라델피아에 자리하고 있었다. 3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지닌 곳으로,
1700년대에 피어스 가문의 두 형제가 여러 종의 나무를 모아 심으며
'피어스 공원'이란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1906년
세계적인 부호인 '피에르 듀폰'이 벌목될 위기에 처한 나무를 구하기 위해
이곳을 구입하게 되었다. 피에르 듀폰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듀폰사와
제너럴 모터스사의 회장이다.

뜻이 있고 재력이 있는 한 사람의 힘으로, 사라질 뻔 했던 '피어스 공원'이
'롱우드 가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듀폰은 피어스 공원의
전통에 따라 모든 이에게 개방하여 좋은 휴식과 즐거움, 그리고 교육의 산실로
만들었다. 현재 롱우드 가든은 비영리 단체이며, 정부의 보조 없이 듀폰의
기증금과 입장료, 기념품 판매 수익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곳이 되었다.

롱우드 가든은, 미국 땅이 넓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1,050 에이커, 평수로 따지면 130만평 정도 되는 넓은 땅에 큼직하면서도
정교한 디자인에 따라 아름답게 잘 꾸며진 정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도를 보고 찾아다녀야 할 만큼 광대한 부지와 넓은 공간,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곳을 둘러보기 위해 답사팀은
시종일관 빠른 걸음을 걸어야만 했다.

'자연'이란 것은 참 신기하다.
힘든 일정에 지쳐있는 몸이었음에도 꽃밭과 숲, 정원을 볼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이 나니 말이다. 활짝 피어있는 꽃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가,
졸졸졸 흐르는 맑은 개울물이, "날 보고 힘내세요!"라는 속삭임과 함께
에너지를 보내주는 것만 같았다.

"와! 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돌아본 듀폰의 저택, 탁 트인 야외 공연장,
호박 전시장, 거대한 실내 정원, 연꽃 정원, 사람들이 연을 날리던 넓은 잔디밭,
시원하게 뿜어대는 분수 정원, 고즈넉한 호숫가, 갖가지 꽃들이 만발해 있는 꽃밭,
나무 조각 공원, 아이들의 놀이 공간, 미니어처 공원, 정원 가꾸기 법을 가르치는 공간,
각종 과일과 채소밭, 인공 폭포수, 작은 성... 그 모든 곳을 행복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산책하는 사람들...

어떤 종류의 꽃이 됐든,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꽃밭과 정원을 보러 이곳에 오지만, 롱우드 가든에는 꽃밭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곳에서 매년 이루어지고 있는 행사가 무려 8백 개가 넘는다고 한다.
특히 이곳의 모든 정원을 직접 설계한 듀폰의 뜻에 따라 식물학이나 정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이곳에 들어가서 확실한 교육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좋은 휴식 공간임과 동시에 좋은 교육장이기도 했다.

이런 공간이 뜻만 있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아무리 좋은 뜻이 있어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치면 그 뜻을 펼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돈만 많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몇 백 년에 걸쳐서 만들어진
롱우드 가든만 봐도 알 수 있다. 시간, 바로 역사가 필요한 것이다.

그 시간의 역사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꿈과 땀과 눈물, 그리고 정성이 분명하게 깃들어 있다.
수백억의 돈을 들여 급조해놓은 화려한 정원에는 없는 그 '인고의 시간'이 담겨지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여러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롱우드 가든에서 본 꽃과 나무, 분수들로 잘 꾸며진 정원...
이런 것도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지만, 무엇보다 이곳이 지금 이렇게
좋은 정원이 되어 세계 각국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수 있게 된 데에는 듀폰을
비롯한 몇 사람의 꿈과 정성, 거기에 연간 약 4,000여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들의 힘,
그리고 그것들을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준 현실적인 재정적 지원이
동반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롱우드 가든은 그래서 그냥 아름답기만 한 정원이 아니었다.
뜻과 재력이 있는 한 사람의 아름다운 투자가 후대에 길이 남을 명소를 만든
역사적인 현장이었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개인의 사유물로 소유하지 않고,
그 즐거움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고 공유하려는 숭고한 뜻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현장이기도 한 것이다.

'롱우드 가든'.
이름만으로도 신선함을 선사하는 그 곳처럼,
'깊은산속 옹달샘', 이름만으로도 맑은 샘물을 마신 것처럼
밝고 고운 곳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다시 한 번 꿈꿔 본다.


글,사진 / 윤나라 실장
프랑스보르도풍경 플럼빌리지 1 플럼빌리지 2


필라델피아공항. 아침편지 가족인 하옥철님(왼쪽)이 입국하는 답사팀을 제일 먼저 반겨주었다.
하옥철님은 뉴욕에서 2시간반동안 자동차로 달려 마중을 나왔다.


롱우드 가든 표지판. 가든에 다다르자 입구에 반가운 표지판이 나왔다.


안내도. 130만평에 이르는 롱우드 가든의 전체 지도를 보며
어떻게 돌아봐야 좋을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의 행사표. 시간별로 각 행사의 시간과 장소를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가든의 정문 역할을 하는 입구 건물.


건물 안으로 들어와 이 곳을 거쳐야 가든으로 들어설 수 있다.
출구처럼 보이는 곳이 정식 입구이다.


롱우드가든 입장권을 검사하는 안내원.


듀폰의 저택. 지금은 실내정원과 롱우드의 역사관, 듀폰의 박물관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피에르 듀폰(Pierre Du Pont). 벌목 위기에 처한 '피어스 공원'을 구입하여 지금의 명소로 만든 사람이다.


박물관에는 듀폰이 롱우드 가든을 만들어 온 과정이 잘 소개되어 있다.


롱우드 가든의 초기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과 글.


산책길. 울창한 나무들이 깊은 숲속을 연상케 한다.
산책길의 나무만 봐도 이 곳이 한순간에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플럼빌리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