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이듯이 추운 날이다.
옷 없는 병졸들이 움추리고 앉아 떨고 있다.
군량은 바닥났다. 군량은 오지 않았다.
(<난중일기> 1594년 1월20일자)
그 무렵 조선 백성들의 참상은
땅위의 지옥을 이루었다.
부자(父子)가 서로 잡아먹고
부부(夫婦)가 서로 잡아먹었다.
뼈다귀를 길에 내버렸다(<징비록>).
굶어죽은 송장이 길에 널렸다.
한 사람이 쓰러지면
백성들이 덤벼들어 그 살을 뜯어 먹었다.
뜯어먹은 자들도 머지않아 죽었다(<난중잡록>).
명나라 군사들이 술 취해서 먹은 것을 토하면
주린 백성들이 달려들어 머리를 틀어박고 빨아먹었다.
힘이 없는 자는 달려들지 못하고
뒷전에서 울었다(<난중잡록>).
- 김훈의《소설 이순신-칼의 노래》중에서 -
* 나라가 망하거나 힘을 잃었을 때 가장
비참해 지는 것은 백성, 곧 국민입니다. 부자가,
부부가 서로의 살을 뜯고, 다른 나라 병사가 토악질한
것을 서로 먹으려고 아귀다툼하는, 처참하고도 서글픈
역사를 돌이켜보게 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나라를
잃은 날부터 2천년 동안 세계를 떠돌아야 했습니다.
오늘은 제 57주년 광복절입니다.
나라의 찾기 위해 헌신하신 님들을
깊이 기리고 감사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