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직후엔 큰 도시의 산 밑에 파놓은
방공호에 가보면 거지들이 많았어요.
한 번은 저런 사람들에게도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줘야겠다 싶어서
거지굴에 함께 잔 적이 있지요.
처음에 그들 앞에서 요령을 흔드니
밥을 먹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서서 쩔쩔
매는 겁니다. 자기들한테 동냥 온 사람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러나 내가 ''배가 고프니 밥을
좀 나눠달라''고 하자 모두들 자기가 동냥했던 것을
주면서 얼굴에 희색이 가득해요. 자기들도 남에게
뭔가를 줄 수 있다는 데 큰 기쁨을 느꼈던 것이지요"
진흙에서 연꽃이 피는 것처럼, 거지굴에서도
자비의 꽃은 이렇게 피어난다.
- 서화동의《산중에서 길을 물었더니》중에서 -
* 따옴표 안의 말은 조계종 제9대 종정 서암스님의
말씀입니다. 한 사람의 사랑이 진흙에서도 연꽃이
피게 합니다. 한 영혼의 작은 헌신이 거지굴에서도
자비의 꽃을 피웁니다. 차가운 얼굴에 화색이 돌고,
메마른 눈에서 감사의 눈물이 넘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