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머리를 지나
홍태거리에 이르자
질펀하게 트인 고읍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엄니이........"
들목댁은 엉겁결에 어머니를 부르고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들몰을 보자 알 수 없는 서러움이
울컥 솟았던 것이다. 언제나 홍태거리에만 다다르면
어디에선지 어머니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상스럽게도 그 냄새는 언제나 싱싱했고
언제나 슬픔이었다. 자식을 낳아 기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냄새는 진한 그리움이었다.
가난을 이기고 살아온 어머니의 고생을,
가난 속에서 자식들을 기르며 겪었을
어머니의 마음 아픔을 깨달아가면서
그 그리움은 진해져가는 것이었다.
- 조정래의 《태백산맥 1》중에서 -
* 오래된 수채화처럼 아련하게 펼쳐지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그 그리움은 어머니가
먼 곳에 계실수록 더 깊어집니다. 만일 돌아가셨으면
그리움은 사무침으로 바뀝니다. 그러나, 그 그리움도
사무침도 부질없습니다. 어머니가 가까이 계실 때,
살아계실 때, 잘 해 드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회한(悔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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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지난해 12월21일에 보내드린
앵콜메일입니다. 그때 함께 첨부했던 글도,
아래 <첨부문서>에 다시 올려드립니다.
제가 93년7월 <샘이깊은 물>에 썼던
<보고싶은 어머니>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나중에 아침가족이 되어 그때 읽지 못하신 분들은,
시간을 내어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