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21일 오늘의 아침편지 출력하기 글자확대


국화빵의 추억


나는 국화빵 천원어치를
달라고 하고는 안경 낀 사내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사내는 추위에 손이 곱았는지
더듬거리는 손으로 빵틀에서 국화빵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종이봉지에 담다가 국화빵
하나를 그만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땅바닥에 떨어진 국화빵이
꼭 사내의 눈물처럼 보였으며,
국화빵을 들어낸 빵틀의 빈자리 또한
사내의 눈물자국처럼 보였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나는 이제 거리에서 파는 음식들,
강원도 감자떡이나 중국식 호떡이나 붕어빵,
잉어빵,오뎅,만두,호두과자 등을 가끔 사먹는다.
그것이 그나마 빈곤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기 때문이다.



- 정호승의《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중에서 -



* 누구에게나 빈곤의 추억이 있습니다.
춥고 배고팠던 고통의 시절입니다. 저도 있습니다.
70년대 유신시절 긴급조치로 대학에서 제적돼 갈 곳도,
직업도, 희망도 없이, 설상가상으로 처가(妻家)의 모진 반대로
지금 아내와의 결혼약속마저 산산조각이 났을 때,"국화빵
장사를 해서라도 함께 살아보자"며 눈물쏟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 국화빵은 빈곤의
추억이 아닙니다. 세상이 온통 모질게 추웠기 때문에
더 따뜻했던 사랑의 추억이며, 절망의 밑바닥이었기
때문에 더욱 무한대로 솟구쳐 오를 수 있었던
희망의 추억입니다. 국화빵의 따스한 추억입니다.




----  부탁말씀 ------
십시일반 후원모금에 대해
더러 오해가 있으신 듯합니다.
십시일반은, 무슨 동정이나 적선의 대상이
아닙니다. 강제성이나 의무 사항도 없습니다.
오로지 마음이 허락하는 분에 한해 참여하는,
그야말로 자발적 희망자의 모금입니다.

참여 여부나 금액의 많고 적음에
크게 부담감을 가지실 필요도 없습니다.
지난 5월 모금에서도 아침편지 전체 가족의 3%,
곧 1백분 중에 세 분만이 참여했고, 그 3%의
힘만으로도 아침편지가 지난 6개월 동안 큰
어려움없이 오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십시일반 취지에 대해 궁금하시거나
특히 최근에 아침편지를 받게 된 새 가족들은
홈페이지 <지난 아침편지보기>에 들어가
지난 월요일(18일)자 편지를 다시한번
꼼꼼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아시는대로, 십시일반은 12월18일까지
1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됩니다. 이 기간동안
저로서도 조금은 힘든 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부디 부탁드리기는,
오로지 마음이 움직이실 때
그것도 즐겁고 편안한 마음이 될 때,
작은 벽돌을 하나씩 모아 커다란 희망의
피라밋을 함께 쌓아올리는 마음으로,
참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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