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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대가리
김동원
2002-10-15 09:50:00 | 조회 : 744
오늘 저녁 아내가 동태찌게를 했습니다. 입이 까다로운 첫째 놈이 다른 반찬에는 손도 대지 않고 그 중간 토막의 살만을 먹고 있더군요. 그리고 다섯 살 먹은 둘째 녀석도 제 누나를 따라서 또 그렇게... 무심결에 아이들이 잘 먹으니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살을 발려서 흐뭇한 마음에 많이 먹으라고 주다보니 남은 것은 생선대가리와 꼬리부분 약간 이었습니다. 오늘 혼자 마음졸이며 속상한 일이 있던 터라 소주 한 잔 생각이 간절했었는데 아내가 끓여 온 동태찌게를 보니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더 간절해져서 동태대가리를 이리 저리 후비고 빨고 하면서 몇 잔을 먹으니 가시와 머리뼈 몇 개 빨고 나니 남는 것은 무 몇 쪽과 콩나물 건더기 뿐. 그래도 녀석들이 맛있게 잘 먹었으니 내가 먹은 것이나 다름없지 하고 남은 생선대가리의 살을 고르다 보니 문득 아버님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는 생선반찬이 올라오면 항상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역시 어두육미야, 생선은 대가리 속에 숨어있는 살이 제일 맛있어!." 하시면서 생선대가리 하나를 안주 삼아서 소주 한 병을 다 드시곤 하셨습니다. 이제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고 또 그 녀석들과 밥상을 같이 하고 있으니 생선대가리는 역시 나의 몫이 되고......... 먹기 좋은 살은 또 녀석들의 몫이 되고.. '어두육미'란 말은 생선의 진정한 맛이 아니고 내가 사랑한 사람들에게 주고 난 뒤 비로소 나를 챙기는 그런 행복이 가미된 사랑 의 맛이라는 것, 그것일까요? 일제 말기에 태어나셔서 유년시절을 전쟁으로 보내고 무너진 사회를 새로 일으켜야 한다는 소위 조국건설의 역꾼으로 살면서, 가정으로 돌아와 몸통은 다 빼앗기고 남은 생선대가리와 꼬리를 안주삼아 소주 한 잔에 울분을 달래야만 했던 그 시절의 아버지..... 그리고 소위 386세대라 불리우며 그래도 너희들은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가기에 제일 좋은 여건을 가지고 나왔으니, 기존의 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가교역할을 하는 중심이 되라는 기대에..... 또 현재 나의 인생에 가장 중심에 위치한 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60년대에 태어나 그 어둡고 암울했던 밤 군인들이 총을 들고서 왜 골목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고 다만 그 모습이 멋있어서 나도 어서 자라 저런 멋있는 군인이 되어야지 하고 밤길을 걸었던 70년대.. 조금배운 지식으로 자신을 무장했다고 건방을 떨면서 이제 사회를 바꾸는 중심에 서자면서 열띤 토론을 하고 사회를 바꿀 사람은 바로 나밖에 없노라고, 매캐한 연기 흩날리는 길거리에 보도블럭 깨뜨려 거리로 나섰던 80년대... 어디가야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나.... 어디서도 내가 가진 지식으로는 살아갈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을 찾아 나섰던 90년대...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서 나를 바라만 보고있는 세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 2000년대.... 어느 시대 건 항상 생각해 왔었습니다. 지금 상황은 나 자신을 담금질하는 시절이니 언젠가는 더 강해지리라... 그 마음 하나로 자신을 지키려고 아무리 칼날 같은 바람앞에서도 견뎌내리라 다짐하면서...... 하지만 현실은 살아갈수록 장미의 꿈보다는 담금질의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점점 깨닫는 지금.. 생선대가리 하나에 새로운 상념이 생기는 것은 왜 일까요? 다시 돌이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먹은 생선대가리와 아버지가 드셨던 생선대가리의 의미를... 아버지도 생선대가리를 드시면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셨을까........... 내일은 다시 동태 한 마리 사들고 가서 아버지께 소주 한 잔 올려야 되겠습니다. 대가리는 내가 먼저 가져 와야지........... |
- 의 《》 중에서 -
이 땅의 아버지와 아들들에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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