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3일 오늘의 아침편지 출력하기 글자확대
용서의 힘 그 어느 누구에게도,
과거가 현재를 가두는 감옥이어서는 안 된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므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과거의 아픈 기억을 해소할 길을 찾아보아야 한다.
용서는, 과거를 받아들이면서도 미래를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감옥 문의 열쇠를
우리 손에 쥐여준다. 용서하고 나면,
두려워 할 일이 적어진다.


- 프레드 러스킨의 《용서》중에서 -


* 용서는, 미래로 나아가는 징검다리입니다.
과거를 털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건너가게 합니다.
맺히고 막힌 관계를 풀고 다시 어깨동무하며 함께 가게 합니다.
용서를 하고나면, 자유로워집니다. 맨 먼저 자신이
자유롭게 되고, 그 다음에 상대방을 자유롭게 해  
어제보다 더 좋은 사이로 만듭니다.
- 저와 아침지기들을 울린 편지 -

아래 글은 시인 김명원님이
<깊은산속 옹달샘> 설립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보내주신 메일입니다.
모든 아침편지 가족들과 공유하고 싶어 원문 그대로 소개해
드리니, 음악을 들으면서 한번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오늘 아침편지 배경 음악은...
피아니스트 이루마 (Yiruma)의 "Destiny of Love"입니다.


<고도원 선생님과 아침지기님들께>  
From: 김명원 [mailto:redriver-mw@--]
Sent: Thursday, April 28, 2005 8:14 AM
To: 고도원의 아침편지

하늘 한 점을 고요히 물고있던 목련과
고소하고 맛있는 색깔의 개나리와 진달래가 지고 난 후
배냇니를 드러내는 아기 웃음처럼 연두빛 새 잎들이 온갖 나무의
온 몸에서 눈부시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시를 쓰고 있는 김명원입니다.
시인이 되기 전에는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성모병원 약제과에서 책임약사로, 한미약품 병원기획부에서 주임약사로,
열정적으로 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 둘을 키우며 탁구 공 마냥
정신 없이 회사 일이며 집 안 일이며 분주하게 이리 저리 뛰어 다니며
생활하던 어느 날, 출산 직전의 고통처럼 엄습하곤 하던 복통의
정체가 밝혀질 무렵에서야 저는 그것이 이미 전이된
대장암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덕분에 대장을 거의 다 떼어내면서 암세포가 전이된
비장과 췌장 등을 섬세하게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음은 물론이구요.
한 번도 제 마음 속에 불행을 대비한 의자를 준비한 적이 없기에
죽음을 바로 목전에 둔 저로서는 그 의자에 앉아야 한다는
극심한 불안과 분노로 불면의 밤들을 보내야 했습니다.

아직 삶이라는 완성된 성취의 탑을 축조하지도 못 한 채
아직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임무를 다하지 못한 채
나를 그들로부터 떼어놓으려고 하는 신에게
주먹질을 해대며 가슴을 치는 슬픔은
오죽했을까요?

그러나 항암 치료가 시작되고
무섭고 낯설게 변하는 내 모습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딸아이의 일기장을 보며 드디어 저는 오열했습니다. 우리 엄마가
성탄절까지만 살게 해달라는, 그러면 산타할아버지에게 우리 엄마 죽지
않고 다시 예쁘게 만들어주는 약을 선물로 달라고 할거라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그림 일기를 보며 나는 그 날부터
용감해지고 씩씩해졌습니다.

아이의 옷을 살 때 똑같은 옷을 두 벌씩 사는 것이었지요.
한 가지는 지금 입힐 치수를, 또 한 가지는 5년 후쯤 입힐 치수를 사며,
저는 결심했습니다. 나는 반드시 아이에게 이 큰 치수의 옷을 입힐
때까지 기필코 살아 남으리라. 아이의 그림 일기가, 그 기도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리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아이의 옷을 두 벌 살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저의 절망과 분노는 이제 훈훈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저는 완치되었거든요.

그 후 저는 삶에 대한 성찰을 시작하게 되었고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분주하던 삶의 무게를 내려놓았으며
반디자연학교라는 생태환경학교를 친구들과 설립하였고
지금은 시를 쓰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병이 황홀한 질병이었음을
감히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아프지 않았다면 결코 이르지
못했을 진리의 일부를 가슴 속에 담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지요.

그것은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
신으로부터 잠시 빌려 온 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지요.
선물로 주신 축복의 몸, 죽은 후에 감사히 잘 사용했습니다, 라고
깨끗이 반납해야 할 나 자신을 그릇된 습성과 건강에 대한 오만과
불규칙하고 편협된 생활로 몸과 영혼 모두 온통 암종양으로
더럽힌 일, 수술 자국으로 지저분하게 만든 일,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러기에 고도원 선생님께서 실천하시는 향기 어린 사업에
겸허하게 무릎 꿇어 감사의 마음을 드릴 밖에요. 저처럼 치르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 아니라 미리 느끼고 참여하는 아름다움의
향연을 위해 건립하실 명상센터는 우리들 모두의 고향이자
영원할 쉼터이자 사랑으로 하나될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건강한 삶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줄
견고한 사원이 될 것입니다.

제가 수술을 받았던 날이 2월 2일,
완치되었다는 마지막 검진 결과가 나온 날이 1월 22일,
운명과 행운의 숫자에 상징적 의미가 있을까 하여            
작은 기원이지만 22만원을 보내드립니다.

제가 심은 나무 두 그루가
무성한 이파리들을 힘껏 올려
시원하고 푸르른 그늘을 만들고
그 속에서 휴식이 필요한 분들이 앉아
풍부한 영성의 힘을 얻어 간다면 좋겠습니다.

항시 바르고 선한 일을 위하여 헌신하시는
고도원 선생님 가족분들과 아침지기 분들에게 오늘 아침,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대들이 계시는 한
우리의 아침은 늘 맑고 싱그럽습니다."
  
사랑과 존경을 담아, 대전에서 김명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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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원님...
...고맙습니다.
...님이 계심으로 오늘 아침은 더 맑고 싱그럽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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