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천천히 풀꽃들이나 살펴보면서
문수골 시린 물에 얼굴이나 씻으면서
더러는 물가에 떨어진 다래도 주워 씹으면서
좋은 친구 데불고 산에 오른다
저 바위봉우리 올라도 그만 안 올라도 그만
가는 데까지 그냥 가다가
아무데서나 퍼져앉아버려도 그만
바위에 드러누워 흰구름 따라 나도 흐르다가
그냥 내려와도 그만
친구여 자네 잘하는 풀피리소리 들려주게
골짜기 벌레들 기어나와 춤이나 한바탕
이파리들 잠 깨워 눈 비비는 흔들거림
눈을 감고 물소리 피리소리 따라 나도 흐르다가
흐르다가 풀죽어 고개 숙이는 목숨
천천히 편안하게 산에 오른다
여기쯤에서
한번 드넓게 둘러보고 싶다.
- 이성부의《지리산》중에서 -
* 잘 익은 청포도 맛 같은 우정의 친구와 더불어
천천히 산에 오르는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산에는
더 올라도 그만, 안 올라도 그만입니다. 오랜 친구와
푸른 산자락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마냥 좋습니다.
게다가 친구가 불어주는 청아한 풀피리소리까지
산속에 퍼져울리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피리소리를 첨부했습니다>---------
한태주군의 흙피리소리 <하늘연못>을 첨부합니다.
위의 아침편지를 다시 읽으면서 함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슬픔 같기도 하고 벅찬 감동
같기도 한 울림이 가슴을 적셔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