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26일 오늘의 아침편지 출력하기 글자확대


역사란 무엇인가


한 사람이 잘못한 것을
모든 사람이 물어야 하고
한 시대의 실패를
다음 시대가 회복할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역사다.



-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중에서 -



* 역사는 뒷걸음치는 법이 없습니다.
흐르는 물처럼, 시간처럼 언제나 앞으로 나아갑니다.
역사는 돌고돈다고 말합니다. 역사는 돕니다. 그러나
쳇바퀴처럼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도는 것이 아니라
나사처럼 돌면서 위로 올라갑니다. 역사는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며, 위를 향해 발전하는 것입니다.




---- 청와대를 떠나면서 ----

어제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적 취임과 함께
저는 5년동안의 청와대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자유인, 또는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그 첫날을 맞으면서
만감이 교차합니다.

무엇보다 70만 아침편지 가족들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저를 신뢰하고 공감하면서, 세계 어느 곳에
또 있을까 싶은 아침편지 옹달샘의 청정함을 지켜내
주셨습니다. 여러분의 이해와 호의가 없었다면
아마 저는 단 하루도 아침편지 쓰는 일을
지탱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무너져 내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국가 원수를 모시는 청와대라는 곳,
짐작하시는 대로 참으로 어렵고 조심스러운 곳입니다.
더구나 글 한 줄, 말 한 마디 한마디에 긴장하고 노심초사해야
하는 연설 담당 비서관의 자리는 더욱 피말리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감히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지난 5년동안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여한이 없습니다.
아니, 여한이 없게 일했습니다.
본연의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고,
무엇보다 제 양식과 양심에 따르려고 애썼습니다.

모든 것을 다 잘 했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실망시켜드린 것도 많았고, 질타받을 일도 있었습니다.
때로는 국민 앞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송구스런 일도
있었습니다. 청와대 비서진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사과드리면서, 용서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저는 이미 말씀드린대로, 오는 3월3일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아침편지 가족 35명과 함께
표표히 배낭여행을 떠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저에게는 휴식이 필요합니다.
새 공기를 흠뻑 마시고 돌아와 자유로운 시민의 한 사람으로,
보다 더 좋은 비타민을 만드는 아침편지 주인장으로,
70만 가족 여러분 앞에 설 것을 약속드립니다.

정치는 오늘의 우리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며,
웃음을 잃은 사람에게 웃음을 되찾게 해주고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 믿으면서
지난 5년동안 몸바쳐 일했던 청와대를
조용히 떠나고자 합니다.

끝으로, 저의 감사의 인사를 빠뜨릴 수 없는 사람이
한 사람 있습니다. 제 아내 강은주님입니다. 어려운 시절,
때로는 부드러운 말로,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미소로, 저에게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에너지를 안겨 주었던 동반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특히, 이 아침편지의 가장 막강한 재정적, 정신적
후원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더러 아시는 대로 지난 주말
제 아내가 7년여동안 운영해오던 옹기촌 식당이
깡그리 타버리는 화재를 당했으나, 아주 많은 분들의
격려 속에 저희 부부는 첫날의 그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의연히 일어섰습니다. 이번 화재를
새로운 다짐과 새로운 출발의
시간으로 삼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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