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서도 재봉틀 소리 뿐이야.
버스를 타고도 그 소리를 들어.
귓바퀴에 재봉틀 페달을 걸고 다니는 것 같애.
나는 때때로 내가 미쳐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밤에는 당신의 숨소리조차 재봉틀 소리로 들리곤 해.
그때마다 나는 다람쥐 쳇바퀴에 갇혀
평생 그것만을 돌리고 살아야 될 거라는 생각에
문득 견딜 수 없는 무서움을 느껴."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요."
- 오정희의 《불의 강(江)》 중에서 -
* 재봉사인 자기 직업을 하찮게 생각하는 남편은 그 재봉틀 소리만
들어도 미쳐버릴 것 같은 괴로움을 토해내고 있고, 아내는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며 달래지만 그는 끝내 견디지 못하고 불을
지르고 맙니다. 직업의 속성은 같은 일의 반복에 있습니다.
박세리도, 박찬호도, 하다못해 삼겹살 장사로 성공을 거둔 사람도
매일매일 쳇바퀴같은 수없는 반복훈련과 설겆이를 기쁜 마음으로
견디어 낸 사람들입니다. 자기가 돌리는 재봉틀의 소리가 싫어지거나
지겨워지는 순간, 그는 이미 어두운 실패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그 재봉틀 소리를 지극히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인생의 성공자가 될 수 있으며,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