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3일 오늘의 아침편지 출력하기 글자확대


사람의 향기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향기를 품고 태어났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향기가 있는 것이다.  향기로운 사람, 함께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멀리 있으면 늘 그리운 사람,
이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인가. 나는 오늘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 청학동 훈장의《세상 사람은 나를 보고 웃고
나는 세상을 보고 웃는다》중에서 -



* 사람의 향기는 향수처럼 만들어진 냄새가 아닙니다.
살아온 대로, 걸어온 대로 저절로 안에서 풍겨나옵니다.
그 향내는 숨길 수 없고, 멀리 가고 오래 남습니다.
꽃 향기나 향수냄새는 바람결에 따라 떠다니지만
사람의 향기는 마음에 머물러 마음을 움직입니다.




--- 아버지와 아들 ---

얼마전 어느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전달받았습니다. 제가 중학생 시절,
제 부친(고 고은식목사)께서 봉직하셨던 전주신흥교회
53년사를 기록해놓은 두꺼운 책이었습니다.

뜻밖의 책을 받아 이리 저리 뒤져보다가
'고은식 목사의 인간적 면모와 목회'라는 항목에서
아버님에 대한 회고가 적혀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고은식목사는 부지런하고 소탈하여서
자전거를 타고 심방을 많이 하였으며, 진실하고
표리가 동일하였다고 교인들은 증언한다.">

<"달변이 아니지만 말씀 충만하였고,
대단한 독서로 박식하여서 고은식 목사와 대화를 나눈
많은 교인들은 큰 감명을 받았다고 이병주 장로는 술회한다.">

순간,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계속해서 읽어내려가다보니, 더더욱 제 가슴을 울린
또 한 대목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독서를 게을리할 수 없으며, 하루라도 책을 멀리하면
그만큼 새로운 지식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목사가 책을
보지 않는 것과 서재의 빈곤은 곧 목회의 빈곤을 의미한다.
고은식목사의 많은 독서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할 수 있었으며,
설교의 내용이 항상 새로웠고, 확실하고, 명료하였다.
어떤 교인과 대화를 해도 대화의 폭이 넓어서
많은 감명을 준 목사이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저는 살아 생전의 아버님 모습이 떠올라
한동안 눈시울이 젖어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시, 아버님은 늘 저에게
"부드러운 음식만 먹으면 이가 상한다. 단단한 음식을 먹어야
이가 튼튼해진다"하시며, 매를 들어 좋은 책을 읽게 하셨고,
좋은 구절에는 밑줄을 긋도록 훈련시켰습니다.

그 아버지의 아들이 오늘날 이렇게 장성하여,
평소 읽어온 책들에 밑줄친 좋은 문구들을 골라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우연일까,
필연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울러, 돌아가신 아버지의 책 향기가
아들의 가슴에 머물러 어제도, 오늘도,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새롭게 되새김질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와 기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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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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