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13일 오늘의 아침편지 출력하기 글자확대
몰랐습니다 나도 모르게 내 안에
꽃씨 하나 심었던가 봅니다
딱히 마음 모아
북돋아 준 기억조차 없는데
딱히 마음 쏟아
물 한번 준 기억조차 없는데
어느새
쑥쑥 자랐던가 봅니다
글쎄 은은히 향 풍기며
목을 끌어안지 뭐예요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그저 사랑스러울 뿐입니다


- 양숙의 시집《당신 가슴에》에 실린
시 <몰랐습니다>(전문)에서 -


* 꽃씨 하나에 담긴 비밀...
사람은 잘 모릅니다. 조물주만 아십니다.
아실 뿐 아니라 햇빛으로, 물로, 바람으로 키워주십니다.
그 놀라운 섭리, 그 커다란 사랑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 에피소드 -

'축의금을 받지 않습니다'

어제 보내드린 제 딸의 결혼 청첩장 말미에 올려진
짤막한 이 글귀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 정말 어렵게 결혼한 저희 부부가 가진
가장 큰 고민중의 하나가 바로 축의금의 문제였습니다.
줄지어 치러지는 친구와 후배들의 결혼식에 참석은 꼭 해야겠는데,
당시 2~3천원 하던 축의금을 매번 장만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친구, 후배들의 결혼식 때마다 식장에 갈지 말지
망설이게 하는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또 한명의 후배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제가 아끼던 후배로,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한때 시국의 고락을 같이 했던 유지준후배의 결혼이었습니다.
백방으로 애를 썼으나 끝내 축의금 봉투를 마련하지 못한 저희 부부는,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으로 식장을 찾았습니다.

'축의금을 받지 않습니다'
하객을 맞는 식장 입구에 떡하니 적혀 있던 안내문.
그 안내문을 보고 안심과 함께 커다란 감동을 받은 제 아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우리도 나중에 자식들
결혼시킬 때 축의금 받지 않았으면 참 좋겠어요."

저는 그저 지나가는 말로만 받아들였는데,
아내는 이것을 항상 마음에 담아두었던 모양입니다.

마침내 딸 새나의 결혼날짜가 잡히고
저도 모르는 사이, 아내와 딸 사이에 1주일째 논쟁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바로 축의금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아내는 "받지 말자. 그건 엄마의 오랜 꿈이다",
딸은 "그럴 필요 없으시다. 우리가 무슨 재벌집이냐, 그동안 아빠엄마가
축의금낸 것만도 얼마인데..." 모녀는 결론을 못내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꿈.
이미 그녀의 가슴속에 오래 머물며 자라난 그 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저였고, 고스란히 그 꿈을
간직해 온 아내가 더없이 고맙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딸아이를 불러 무릎을 맞대고 앉아, 제가 말했습니다.
"너의 엄마는 아빠의 꿈을 이루어 준 사람이다.
이제 아빠도 너의 엄마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다.
네가 엄마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다오."

더욱이 아침편지를 쓰는 아빠로서 딸에게 돈이 아닌,
더 큰 선물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마음의 축복이었습니다.

"우리가 축의금을 받지 않으면 아침편지 가족에게
너의 결혼 사실을 알리고 함께 축하해 달라고 할 수 있지만,
축의금을 받으면 알릴 수도 없고 진심어린 축복의 말은
더더욱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저의 이 말에
딸의 마음도 움직였습니다.

어제 보내주신 축복의 메시지는
저희 가족에게 이미 넘치도록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아침편지 가족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 생일을 축하합니다 -

지난 2주일 동안 생일, 또는 특별한 날을 맞아
십시일반 모금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축하 명단은
아래 <첨부문서>에 있습니다.

♬ 오늘 아침편지 배경 음악은...
메이 세컨 (May Second)의 'Giving Tree' 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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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3일 보낸 편지입니다. 출력하기 글자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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