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7일 오늘의 아침편지 출력하기 글자확대


꽃이 먼저 핀다


매화나무나 벚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목련도 개나리도 진달래도 꽃이 먼저 핀다.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부터 보여준다.

참으로 순수한 열정이다.
나뭇가지의 어디에 그런 꽃이
숨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겨울에 그들은 한낱 불품없는 나뭇가지에 불과하다.
색깔도 거무튀튀하다. 먼지가 쌓여있고, 가끔
새똥도 묻어 있고, 어떤 것은 검은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어딜 보아도
아무데도 쓰일 데가 없는 무가치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놀랍게도 꽃을 피워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나를 아름답게 한다.



- 정호승의《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중에서 -



*꽃이 먼저 피는 자연의 섭리는 사랑의 본질과도 상통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것을 먼저 줍니다.
깊숙히 숨겨두었던 아름다운 꽃부터 먼저 보여줍니다.
그 다음 돌아오는 것이 아픔이고 상처이고 고난이라
할지라도, 사랑은 꽃이 맨먼저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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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체스키 크루믈로프입니다.

프라하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세도시로, 1992년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곳입니다.
이 아름다운 체스키 크루믈로프에도
봄꽃이 먼저 피고 있습니다.

바로 이곳을 동그랗게 감싸듯
굽이치듯 돌아 흐르는 볼타바강에도
봄냄새가 물씬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넘실대는 강물은 여전히 짙은 황갈색
흙탕물이며 작년에는 몇백년만의 대홍수로
큰 재앙을 몰고왔던 강이기도 합니다.

내일은 체코를 떠나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이동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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