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 10일 오늘의 아침편지 출력하기 글자확대


희망이 있는 싸움


유형(兄)!
처음 유형이 응급실로 들어갔다가
병실로 옮겨지고, 그리고 절망적인 고비를 몇 번이고
넘길 때 그 아픔을 견뎌 내던 모습은 차라리
엄숙하고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답니다.
항암제를 투여 받고,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사는 것이 고통이라고
느끼기 앞서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이요,
축복인가를 생각한다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언젠가 강원도 길에서
뾰족하기 이를 데 없는 바위 위에
이름 모를 풀꽃 한 송이가 피어있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뿌리를 내릴만한 흙은 고사하고, 영양이 될만한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그곳에서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무엇으로
꽃을 피워낼 수 있었는지 내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고, 더구나 가볍게 스쳐 가는 바람조차도
그에겐 폭풍처럼 느껴질 것 같은데 용케도
보란 듯 생명을 키우고 있는 모습은
실로 눈부신 위대함이었습니다.

한라산 정상의 바위에 핀다는 돌 매화나
백두산의 바위틈에서 산다는
바위에 붙어 피는 노란 바위 들꽃처럼
절망에서 희망을 꽃피우는 일과 같이
생명이란 그토록 모질기도 하고
억척스러운 것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유형! 지금 이 순간에도 각종 난치병으로
유형처럼 생명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리의 형제들을 생각해 봅니다.
도저히 생명의 기운을 불러일으킬 수 없을 것 같은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저 돌매화나 바위 들꽃처럼
우리는 어쩌면 절망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워내야 할
사명과 책임을 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희망!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 희망보다 빛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세상의 어떤 무엇보다도 밝고 빛날 희망, 우린
아픔 속에서도 그 희망을 붙들고 내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아닙니까?

도종환 시인의 ''암병동''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희망이 있는 싸움은 행복하여라
믿음이 있는 싸움은 행복하여라
온 세상이 암울한 어둠뿐일 때도
우리는 온 몸 던져 싸우거늘
희망이 있는 싸움은 진실로 행복하여라



- 최원현의《오렌지색 모자를 쓴 도시》중에서 -



(오늘 이 편지는, 어제 저에게 간절한 메일을 보내오신
두 분을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한 분은 지난 8월 암 수술을
받고 투병중인 미국 유학생이고, 다른 한분은 자신에게 아침편지를
소개해준 친구 어머니의 간암선고 소식을 듣고, 황망함 중에도
제게"내일은 용기와 희망을 주는 편지를 보내달라"고 요청하신
정현옥님이십니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글이기를 기대하면서
아울러, 아직도 투병중인 다른 아침편지 가족과 그 곁을 지키며
고통을 나누고 계신 많은 식구들께도 보내드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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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들꽃보다 강한 것이 인간입니다.
인간의 육체가 강해서가 아닙니다. 정신의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정신력과 용기를 잃지 않으면 그 어떤
병고와의 싸움도, 희망이 있는 싸움입니다.
희망이 있는 싸움은 반드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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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읽으신 책 가운데서
투병 중인 분들에게 더 큰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에 밑줄을 그어놓으신 분 계시면
<독자가쓰는 아침편지> 난에 올려주시거나
저에게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두 분의 쾌차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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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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